세상에서 죽음보다 잔인한 것은 없습니다. 죽음은 우리 삶을 산산조각
나게 하고, 파괴하고 모든 관계를 파괴합니다. 그 무엇으로도 치료할 수
없는 고통을 줍니다. 죽음은 그 누구도 이길 수 있거나 극복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죽음은 또한 절대로 돌이킬 수도 없습니다. 이 죽음이
우리 모두에게 다가옵니다. 우리 인생에게 죽음은 정말 잔인합니다.
이 죽음이 우리 주변에서 종종 일어납니다. 저는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
다. 내 주변에 일어나는 죽음은 다 나 때문이고 우리 때문이다. 나를 위
해 일어난 일이고 우리를 위해 일어난 일이다. 죽음을 준비하지 못하고
영원히 살 것처럼 어리석게 살아가는 우리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고 우
리의 삶을 성찰하도록 하기 위해 일어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납득이 될만한 죽음이 있는가 하면 받아들일 수 없는 죽음도 있습니다.
복된 죽음이 있는가 하면 안타까운 죽음도 있습니다. 우리는 하나님께
서 왜 그렇게 하시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없지만 그 일을 행하시는 분은
선하신 하나님이심을 믿습니다. 서진이의 죽음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애석한 일입니다. 그래서 더 우리가 애통하고 더 견디기 힘든 것이
사실입니다.
저는 서진이의 소식을 듣고 기숙사를 향해 운전해 가면서 하나님! 이럴
수는 없습니다. 이건 아닙니다. 반드시 살려 주셔야 합니다. 잠시 천국
을 보고 지옥을 보고 돌아오게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기숙사에 도착해
서도 김 전도사님과 유 목사님, 그리고 우리 부부는 살려달라고 간구했
습니다. 100%의 확신을 가지고 기도했습니다. 하지만 하나님은 서진이
를 하나님 품으로 데려가시는 것이 하나님과 우리 모두에게 더 유익하
다고 생각하신 것 같습니다. 매정하게도, 원망스럽게도 서진이를 불러
가셨습니다.
서진이는 주어진 삶을 순교적인 정신으로 살았습니다. 정말 사랑스럽고
매력적인 청년이었습니다. 분초를 아껴 학업과 경건에 매진하였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없고 피곤한 가운데서도 매주일 교회 사역을 위하여 맨
해튼에서 리빙스턴, 리빙스턴에서 데마레스트를 왕복하는 일을 마다 하
지 않았습니다. 거룩한 꿈을 가지고 열정을 불태웠습니다. 세상에서의
마지막 날에도 저녁에 성경공부 모임에 참석하였고, 전공과 관련된 동
아리 모임에도 참석하였습니다. 저는 이 귀한 아들을 하나님께서 순교
의 제물로 받으셨다고 믿습니다.
이제 과제는 살아 남아 있는 우리에게 주어졌습니다. 우리 서진이의 충
격적인 부르심 앞에서 우리 모두는 믿음으로 하나님께 응답해야 할 과
제를 받아 들었습니다. 어떻게 남은 생애를 살 것인지 믿음의 결단을 촉
구하십니다. 매일 죽음을 준비하며 헛된 세상 영광을 구하지 않고 영원
한 것을 바라보며 살라 하십니다. 서진이의 죽음이 우리 삶을 깨우고 공
동체를 각성시키는 순교의 제물로 승화되기를 사모합니다. 언제든지 주
님 부르실 때 준비된 인생들로 거듭나게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