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월) 마26:57-75 묵상 <베드로의 부인>
1. 가롯 유다의 배반으로 체포당하신 예수님은 대제사장 가야바의 집으로 끌려가셨습니다. 그곳에 끌려가신 때는 밤이 깊은 시간이었지만 이미 유대의 최고 법정인 산헤드린 공회가 소집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산헤드린은 밤에 소집될 수 없다는 규정에 따라 공식적인 소집은 아니었고 핵심 멤버만이 모여 예수님을 심문하였습니다. 여기에서 이미 예수님의 사형은 결정되었고 새벽에 열린 공회는 이것을 추인하기 위한 요식행위에 불과했습니다.
2. 유대 종교지도자들은 거짓 증인을 내세워 예수님께 사형을 선고하려했으나, 정작 예수님은 침묵을 일관하시며 결코 자신을 위하여 변호하지 않으셨습니다. 얼굴에 침을 뱉으며 주먹질을 하고 온갖 비난과 조롱을 퍼 붓는 사람들의 아우성에도 주님은 침묵하셨습니다. 주님의 침묵은 두려움 때문도, 부끄러움 때문도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사랑 때문이었습니다. 우리를 끝까지 사랑하사며 구원을 이루기 위한 침묵이었습니다.
3. 침묵한다는 것은 참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우리 내면은 자신을 끊임없이 드러내고 싶은 욕망으로 가득 차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사는 시대는 자신의 존재가 잊혀 지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경쟁하고 자신의 존재를 드높여야만 하는 각축장이 되었습니다. 더욱이 부당한 대우를 당할 때 우리는 더욱 침묵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자신에게 내려지는 사형선고 앞에서 침묵을 지키십니다. 그리고 묵묵히 십자가를 지신 것입니다.
4. 예수님께서 가야바의 심문을 받는 동안, 베드로는 그 집 바깥뜰에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그는 예수님의 재판 결과가 궁금했기 때문입니다. 그때 한 여종이 다가와 베드로에게 너도 갈릴리 사람 예수와 한패가 아니냐 물었습니다. 베드로는 크게 당황하여 ‘나는 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지 못하겠노라’ 3번이나 부인을 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그 때에 닭이 세 번 울었습니다.
5. 베드로는 용감한 청년이었습니다. 그는 폭풍 속에서 물위를 걷기를 시도한 사람이었고, 무리들이 예수님을 잡으러 왔을 때 칼을 뽑아 그 중 한사람의 귀를 잘라버린 사람이었습니다. 서슬퍼런 심문이 벌어지고 있는 가야바의 집까지 따라와 뜰에서 사태를 지켜보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누구보다 자신의 용기를 신뢰했던 사람입니다. 마26:35에서 "모두가 주를 버릴 지라도 나는 주님을 버리지 않겠습니다. 내가 죽을지언정 주를 부인하지 않겠습니다"고 자신있게 고백한 사람이기도 합니다.
6. 그러나 그는 죽음 직전의 상황에 몰리자 고백은 쉽게 무너졌습니다. 두려움이 그를 휘감았기 때문입니다. 당혹감과 두려움을 물리치지 못하고 결국 자신의 바닥을 드러내고 만것입니다. 그때에 닭이 세 번 울리고, 베드로는 그 순간 자신의 참 모습, 죄인된 모습을 직면했습니다. 예수님 앞에서 아무것도 자랑할 수도 내세울 수도 없는 모습을 보았을 것입니다. 그는 깊은 절망을 경험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주님은 그 실수를 그가 진정한 그리스도인이 되는 첫걸음으로 삼아주셨습니다.
7. 실제로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의 의미를 진정으로 깨닫는 것은 우리를 당혹스럽게하는 일입니다. 곧 예수님의 십자가 죽음이 나의 죄 때문임을 깨닫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십자가를 알수록 우리의 죄악됨과 한계, 연약함을 깊이 깨닫게 됩니다. 우리가 용서받았다, 용납받았다 그리고 사랑받았다는 것을 깊이 느끼게 됩니다. 그리하여 회개하고 돌이키게 되는 것입니다.
8. 우리는 십자가 앞에서 우리 자신을 깊이 바라보야합니다. 십자가 앞에서 그 사랑을 깊이 알고, 동시에 우리의 죄됨과 연약함을 깊이 깨닫게 된다면 우리는 비로소 겸손함 가운데 하나님의 은혜를 누릴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절망이 희망의 문이 되는 것이요, 나중되었지만 처음되는 것입니다. 이 십자가 안에서 이루어진 놀라운 역설의 신비를 깨닫는 한주간 되길 소망합니다.
9. 주님, 사랑 때문에 십자가 앞에서 고민하셨고 또 사랑 때문에 십자가를 향해 담대히 나아가셨습니다. 그 길이 유일한 구원의 길, 부활의 길임을 증언하기 위해 그렇게 감당하셨습니다. 우리도 세상 앞에서. 형제들 앞에서 오직 십자가의 길만이 유일한 생명의 길임을 증언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담대한 믿음과 하늘의 권능을 더하여 주옵소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