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 양 칼 럼

1
< 힘들 때 하는 감사 >
- 정 철 목사
양광모 시인의 ‘가장 넓은 길’이라는 시가 있습니다.
살다 보면 길이 보이지 않을 때가 있다.
원망하지 말고 기다려라.
눈에 덮였다고 길이 없어진 것이 아니요,
어둠에 묻혔다고 길이 사라진 것도 아니다.
묵묵히 빗자루를 들고 눈을 치우다 보면
새벽과 함께 길이 나타날 것이다.
가장 넓은 길은 언제나 내 마음속에 있다.
시인은 우리에게 인생의 길이 잘 보이지 않아 힘들 때에 가져야 할
귀한 마음이 있음을 전해주고 있습니다. 시인의 말처럼 살다 보면
원망하고 불평하고 싶을 정도로 어두운 시간 앞에 신앙인으로 가져
야 할 마음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감사를 하는 것입니다.
오늘은 추수감사주일 아침입니다. 오늘만큼이라도 우리가 감사의
본질과 의미를 붙잡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가장 귀한 감사가 무엇
일까요? 저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여러 종류의 감사가 있겠지만, ‘힘
들 때 하는 감사’가 가장 귀한 감사라고 생각합니다. ‘힘들지만 감사
한다’. 메마른 땅을 뚫고 피어나는 한 송이 꽃처럼, 어려움을 뚫고
나온 감사는 위대합니다.
감사는 하나님을 만나는 열쇠입니다. 힘들고 어려울수록 해야 할 일
은 ‘감사’입니다. 그렇게 힘들어도 감사함을 버리지 않고, 하나님 앞
에 나아갈 때, 감사가 만들어내는 기적을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이
은혜와 축복이 함께 하시길 축원합니다.
2
< 하나님을 영화롭게 하는 감사의 제사 > - 강신균 목사
"감사는 감사를 표하기 전까지 감사가 아니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는 감정으로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실천적인 행동으로 나타날 때
비로소 진정한 의미를 가진다는 깊은 통찰을 담고 있습니다. 성도들
에게 감사는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마땅히 실천해야 할 가장 기본
적인 덕목이며 삶의 자세입니다.
성도는 감사할 이유가 분명한 사람들입니다. 우리가 먼저 감사해야
할 대상은 우리의 생명의 근원이시자 구원의 은혜를 베푸신 하나님
이십니다. 우리에게 생명을 주시고 이 모든 세상을 누리게 하신 창
조주 하나님께 감사드리는 것은 성도의 본분입니다. 우리가 숨 쉬고
존재하는 모든 순간이 창조주 하나님의 은혜이기 때문입니다. 더 나
아가, 우리를 사랑하셔서 독생자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구원의 은혜
를 베푸신 구원의 하나님께 감사해야 합니다. 이 감사는 우리의 영
원한 운명을 바꾼 가장 크고 놀라운 은혜에 대한 마땅한 감사입니
다.
성도는 하나님께 드리는 감사와 더불어, 우리 삶을 둘러싼 이웃에게
도 감사를 실천할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는 가족, 친척, 동료, 이웃
등 수많은 사람들에게 사랑과 섬김의 빚을 지고 살아갑니다. 그러나
우리는 때로 가족의 희생, 동료의 도움, 이웃의 친절을 '당연하게' 여
기는 함정에 빠지곤 합니다. 받은 섬김과 사랑을 권리처럼 생각하는
순간, 귀한 사람들과의 관계는 금이 가기 시작합니다. 감사에는 인
간관계를 아름답고 은혜롭고 풍성하게 만들어 주는 마법과 같은 힘
이 있습니다. 진실한 마음을 담아 전달하는 “고맙다”는 말 한마디는
나 자신과 이웃들의 삶을 풍성하게 해줍니다. 우리가 받은 사랑에
보답하려는 마음으로 이웃을 대할 때, 관계는 깊어질 것입니다.
감사는 단순히 좋은 감정이 아닙니다. 그것은 하나님의 은혜를 깨달
은 성도가 마땅히 드려야 할 예배의 행위이며, 이웃과의 관계를 건
강하게 가꾸어 나가는 실천적인 사랑입니다. 감사절기에 하나님과
우리 주변의 모든 사람들에게 감사를 '표현'하고 '실천'함으로써, 우
리의 삶에 감사의 열매가 풍성하게 맺히기를 축원합니다.
3
< 본질적 교회를 꿈꾸며 >
- 정 철 목사
틈이 나서 서점을 방문했을 때 "기독교, 로마를 뒤흔든 낯선 종교"(IVP)
란 책을 마주했습니다. 이 책은 초기 기독교와 역사적 예수 연구 분야의
독보적 신약학자인 니제이 K. 굽타가 쓴 1세기 기독교와 교회에 관한
내용으로, 원제는 “Strange Religion”입니다.
니제이 굽타는 이 책을 통해 방대한 1-3세기 문헌학적 정보를 가지고,
로마 제국에서 바라본 기독교의 첫 번째 특징은 "이상함"이라고 말합니
다. 기존 세상의 방식으로 이해하기에는 ‘이상한 삶의 방법과 기준과 가
치관과 사랑과 공동체를 만들어’, 실제로 그 방식으로 살아가는 모습이
낯설었다는 것입니다.
또 로마 제국에서 바라본 기독교의 두 번째 특징은 그 시대의 종교와
문화와는 너무도 달랐던, 그 특이함과 이상함을 지탱하는 근본에, ‘그들
믿음의 진실함’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실제 로마는 초기 기독교의 성공
의 열쇠를 ‘그들 믿음의 신실함과 삶의 진실함’ 이었다고 말합니다.
굽타에 따르면 신약성경에 '그리스도 예수'라는 조합은 약 200번 나타
난다고 합니다. 따라서 평균적으로 8절마다 한 번씩 예수님이 언급되는
셈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예수님은 단순히 기독교의 중심이 아닙니다.
‘그 분은 그리스도인의 삶과 믿음의 중심이었다’는 것입니다"(p.258)
요즘 기독교와 교회의 모습을 보면 '예수 그리스도'가 점점 사라지고 옅
어지고, 희미해져 가는 것 같아서 안타깝습니다. 이렇게 영적으로 암울
한 시대에 하나님은 또 다른 교회에, 또 다른 믿음의 사람들에게 기대하
시며 낯선 십자가를 그들에게 맡기십니다.
그래서 이상한 방법으로 우리 세 교회를 묶으시고, ‘믿음의 신실함과 삶
의 진실함’으로 그리스도께서 가르쳐주신 사랑을 증명해보라고 명령하
십니다.
이제 함께 십자가를 맡은 우리 서로를 통해 ‘낯설음이 세상에는 없는 방
식의 하나됨’으로, ‘이질적 어색함이 세상은 흉내 내지 못하는 공동체의
환대’로, ‘표면적 조화와 이기심을 뛰어넘는 성경적, 본질적 공동체
의 사랑’을 이루어 가기를 소망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