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1.(화) 마6:19-34 묵상.
< 염려를 대하는 자세>
1. 그리스도인의 삶은 골방에 들어가서 조용히 기도하면서 하나님과 깊이 소통하는 영적 생활이 있지만, 동시에 골방 문을 열고 나와서, 세속에 거친 바람과 마주치며 매일의 삶을 꾸려나가야 하는 일상생활이 있습니다. 이 일상생활에는 먹는 문제, 입고 덮는 문제, 자고 누울 수 있는 안식처의 문제에다가, 숱한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서로 용서하고 평화를 이루는 다사다난한 문제들이 있습니다. 우리 주님은 우리가 이 문제들을 소홀히 여기거나 또는 초월하여 살면서 '딴 세상 사람'처럼 살라고 요구하지 않으십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일상생활을 해나가야 할지 가르쳐주십니다.
무엇보다 일상의 문제에서 치열하게 부딪히는 두려움과 염려의 문제에 대해서 말씀해 주십니다.
2. 먼저 (마 6장) 19~25절에서 주님은 제자들에게 보물을 땅에 쌓아두지 말고 하늘에 쌓아두라고 말씀하십니다. 여기서 보물은 단지 돈과 물질에만 국한된 단어가 아닐 겁니다. 그렇다면 이 말씀이 어디에도 쌓을 보물이 없는 가난한 자들에게는 해당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는 돈일 수도 있고, 재능과 지식일 수도 있고, 믿고 의지해야 하는 자녀들일 수도 있을 겁니다. 이 보물을 하늘에 쌓아둔다는 것은 어딘가에 축적해 놓으라는 뜻이 아니라, 팔아서 다른 사람들을 돕는 일에 쓰라는 말씀입니다. 사실 지금 내 몫이라고 하는 이 소유에는 다른 사람의 몫이 함께 있음을 알아야 합니다.
3. 두번째로 염려와 상관된 문제입니다. 하나님 나라의 새로운 질서에 편입되어 살아가는 하나님의 자녀들은 천지를 창조하신 하나님 아버지이시기에 어떤 것에도 부족함을 느끼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몸을 지니고 사는 사람들은 매번 먹고, 입고, 자는 문제에 매여 있기 때문에 염려에서 자유롭지 않을 것입니다. 그런 제자들을 향해 우리 주님은 공중의 새와 들의 백합화를 보라고 하시면서 믿음이 적은 자들이라고 책망하십니다.
4. 여기 '믿음이 적다'는 것은 '믿음이 없다'는 것이 아니라, "불충분하다"는 것으로, 공중의 새와 들의 백합화도 천부께서 보살피는데 하물며, 하나님의 자녀들이 먹고 사는 그 문제에 대해 아버지이신 하나님께서 모른 채 하겠느냐 이런 말씀입니다. (25~31절) 염려는 하나님 아버지 되심을 의심하고 불신하게 합니다. 하나님의 다함없는 사랑과 능력보다는, 우리의 부족함에만 함몰되어서 우리의 시선을 어디에 둘지 모른 채 갈팡질팡하게 됩니다.
5. 오늘 본문에는 세 번의 '그러므로'가 나옵니다. (25,31,34절) 이 세 번의 '그러므로'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러므로' 뒤에 '염려(걱정)하지 말아라'라는 표현이나 그런 의미를 담은 말이 온다는 점입니다. 이 짧은 본문 중에 염려하지 말라는 표현이 왜 여러 번 나오며, 게다가 왜 인과관계와 결론요약의 연결사 다음에 나올까요? 염려하지 않는 것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염려하지 않는 것은 신앙과 삶에 너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6. 염려하지 않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염려하면 하나님과 재물을 겸하여 섬기게 되기 때문입니다.(24절) 염려를 극복하지 못하면 결국은 하나님과 재물을 겸하여 섬기게 됩니다. 즉, 염려는 두 주인을 섬기게 만드는 것입니다. 재물은 결코 재물만 섬기라고 하지 않습니다. 재물은 언제나 염려를 미끼로 하나님과 재물을 겸하여 섬기라고 합니다. 염려를 극복하지 못하면 재물과 하나님을 겸하여 섬기라는 그 유혹에 넘어가고 말게 되는 것입니다.
7. 염려 극복의 방법은 구할 것을 바로 구하는 것입니다. 먹을 것, 입을 것, 마실 것을 구하는 것은 이방인 즉 예수 안 믿는 사람들의 기도입니다. 염려를 극복하는 기도, 예수 믿는 자의 기도는 먹을 것 입을 것 마실 것이 아니라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는 기도입니다(32절). 나의 통치가 아니라 하나님의 통치를 구하고, 나의 옳음이 아니라 하나님의 옳음을 구하는 기도가 염려를 극복하는 기도입니다.
8.먼저 하나님의 나라와 하나님의 의를 구했으면 '그 다음'으로 먹을 것, 마실 것, 입을 것을 구하라고 말씀하지 않으시고 의외의 말씀을 하셨습니다. '그리하면' 먹을 것, 입을 것, 마실 것을 더하시리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먹을 것, 입을 것, 마실 것에 대한 염려 해결 방법은, 그것을 위해 기도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하나님 나라와 의를 구하는 삶을 사는 것입니다. 그러면 저절로 먹고 사는 문제는 해결된다고 하십니다. 염려를 버리고 하나님의 통치를 받아들이고 내가 옳다 생각하는 삶에서 하나님이 옳으심을 인정하는 삶으로 삶의 방향을 전환하는 것이 신자가 살아야 할 올바른 삶입니다. (33절)
9. 오늘도 염려할 수밖에 없는 내 삶의 어지러운 문제들이 있겠지만, 그보다 더 나를 사랑하시는 예수님의 시선으로 그 문제를 바라보면서 하나님께 맡겨드리면 좋겠습니다. 어찌 할 수 없는 곤고함과 곤란함이 우리를 둘러싸고 있을지라도, 우리의 가슴에 하나님 나라를 향한 그 열망 하나 오롯이 키워나갈 수 있다면, 조금 전까지의 염려들이 새로운 시각으로 보이면서 우리를 기도의 길로 이끌어줄 것입니다. 그러니 오늘 우리의 염려들을 하나님께 가지고 나가서 "아버지"하고 맡겨드립시다. 오늘은 오늘의 선물만 누리는 그 하루를 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