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수). 마 27:11-26 묵상. <유대인의 왕>
1. 오늘 본문은 빌라도의 재판을 예수님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빌라도는 바라바는 풀어주고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도록 요청하는 무리들의 요구를 수용합니다. 11절에보면 빌라도는 "그대가 유대인의 왕이오"라는 흥미로운 질문을 예수님께 했습니다.
2. 당시 유대인의 왕이라는 표현은 이방인들에게만 사용되는 아주 정치적인 용어입니다. 사실 로마의 속국으로 존재하는 유대에게 왕이 있을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자신이 왕이라는 고백은 로마 지배와 통치를 거부하는 반역적 행위였습니다.
3. 하지만 빌라도는 예수님을 정치적인 반역자로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는 23절에서 무슨 악한 일을 하였느냐라고 예수님을 변호했습니다. 그러나 결국 빌라도는 무제한 피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기 위해 손을 씻는 행위로 자기 결백을 표현하고 예수님의 피에 대해 자신이 무지하다며 책임을 돌리고 뒤로 빠집니다.
4. 빌라도의 실수는 이렇게 책임 없다고 뒤로 빠지는 무책임함이 가장 큰 것입니다. 예수님의 피 즉 십자가의 죽음은 나와 상관없다고 하는 것 자체가 심각한 죄입니다. 특이한 것은 12절과 14절에서 마태는 두 번이나 예수님께서 한마디도 대답하지 않았다라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신문과 고소들과 거짓 증거들에 대해 예수님은 침묵으로 일관하셨습니다.
5. 주님의 침묵은 당신의 백성들을 영원토록 품으시기 위해 감당해야 하는 죄의 형벌을 기꺼이 감내하시겠다는 의미였습니다. 오직 죽음으로써만 해결할 수 있는 하나님의 진노를 자신의 육체에 다 담겠다고 하는 자기희생의 침묵이었습니다.
6. 주님의 침묵은 자신에 대한 변론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는 무지에서 비롯된 침묵이 아니었습니다. 주님은 침묵을 통해 하나님께서 이루어 가시는 구원의 위대한 역사 가운데 계셨고 그 침묵 속에서 오늘도 우리에게 다가오고 계십니다. 그리고 잠잠히 우리의 심령을 향해 이렇게 말씀하고 계십니다. “내가 너의 왕이요, 너의 구원자요, 너의 영원한 목자이니라.”
7. 예수님은 아무 말씀도 하시지 않습니다. 자신이 참 왕이신 것만을 말씀하시고 아무 말씀도 하시지 않습니다. 진정 하나님 아버지의 뜻을 따라 묵묵히 행할 뿐입니다. 사람의 어떤 말과 회유도 예수께는 전혀 중요하지 않습니다. 처음부터 아버지께서 주신 대로 정해진 길을 갈 뿐입니다. 수모와 수치와 억측을 다 당하시면서, 채찍질을 온몸으로 맞으시면서 십자가로 나아가십니다.
8 '무리'에서 제 모습을 봅니다. 예수를 따라다니다가, 예수를 못박으라 소리지르는 자... 자신들이 비난하던 대제사장과 장로들의 말을 오히려 따라가고 있는 자... 좋을 때는 예수님이 최고인 것처럼 하다가는, 자기의 생각과는 다를 때, 곧바로 맘을 돌리는 모습...실망하고 원망하고... 결국 십자가에 못박으라고 직접적으로 소리지른 자들은 대제사장이나 장로가 아니라 '무리'였습니다.
9. 오늘 나자신이 무리에서 숨어 자신은 책임이 없는 것처럼 그렇게 살지 않길 기도합니다. 대제사장이나 장로처럼 높아지기 원하고, 빌라도 처럼 힘이 있길 원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무리에 숨어 자신의 행동을 보호하려고 하는 이중적인 모습이 제 안에 있습니다. 주 앞에서 무리처럼 행동한 제 자신을 회개합니다. 오늘 주의 십자가 앞에서 내 자신을 그대로 드러내며 깨끗하게 되길, 변화된 제자의 모습으로 살아가길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