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금). 마27:45-56 묵상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
1. 오늘 본문은 주님께서 십자가 에서 돌아가신 장면입니다. 예수님의 십자가 죽음은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완전한 사랑과 은혜와 용서의 선포였습니다. 바울 사도는 고전1장에서 이 십자가가 구원을 받은 우리 그리스도인들에게 지혜가 되고 능력이 된다고 선포하였습니다. 십자가를 바라볼 수록 우리는 하나님을 그 지극한 사랑을 아는 지혜를 얻고, 십자가를 붙들고 살아갈 수록 은혜로 사는 능력을 얻게 되기 때문입니다.
2. 막15:25절에 따르면 예수님께서는 유대시간으로 세시에 십자가에 못박혔습니다. 오늘날 시간으로 오전 9시에 못박히신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못박히시는지 3시간이 지난 12시가 된 후부터 짙은 구름이 하늘을 덮기 시작했고 거의 깜깜한 밤과 같이 어두워졌습니다. 이렇게 어두어진 하늘은 오후 3시까지 계속되었습니다.
3. 십자가 위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 성경은 우리에게 '가상 7언'을 통해서 알려 주고 있습니다. 오늘 본문에는 그 중 제4언이 소개되고 있습니다. 바로 "엘리 엘리 라마 사박다니"(나의 하나님, 나의 하나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나이까?)입니다. 예수님의 이 말씀을, 십자가의 모진 고통 때문에 아버지께 잠시 원망을 토로한 사적인 고백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오해입니다.
4. 가상 칠언은 ① "아버지 저들을 사하여 주옵소서 자기들이 하는 것을 알지 못함이니이다"(눅 23:34), ② "내가 진실로 네게 이르노니 오늘 네가 나와 함께 낙원에 있으리라"(눅 23:43), ③ "여자여 보소서 아들이니이다. 보라 네 어머니라"(요 19:26-27), ④ "엘리 엘리 라마 사박다니"(나의 하나님, 나의 하나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나이까?)(마 27:46, 막 15:34), ⑤ "내가 목마르다"(요 19:28), ⑥ "다 이루었다"(요19:30), ⑦ "아버지 내 영혼을 아버지 손에 부탁하나이다"(눅 23:46)입니다.
5. 7개의 말씀 중에 '엘리 엘리 라마 사박다니'가 정 중앙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앞뒤 6개의 말씀의 내용을 보면, 단 하나도 사적인 감정이나 원망을 토로한 말씀이 없습니다. 십자가의 극한 고통 가운데서도 주 예수님께서는 주위 사람들을을 먼저 챙기시고, 자기가 이루어야 할 사명을 끝까지 감당하는 것에 일관되게 집중하셨습니다.
6. 우리는 오히려 가상 7언의 정 중앙에 위치한 가상 4언을 가상 7언의 핵심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극한 고통 속에서 터져 나온, 하나님 아버지에 대한 사랑의 절규가 가상 4언 "엘리, 엘리, 라마 사박다니!"입니다. 유대인을 향한 복음서인 마태복음은, 십자가에서 하신 예수님의 말씀으로서는 이 제4언을 유일하게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유대인에게 이 가상 4언이 의미 있고 중요한 말씀이라는 뜻입니다.
7. 유대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그들이 선민이라는 사실입니다. 가상 4언은 이 '선민 의식'을 뿌리째 뽑아버리는 말입니다. '택한 백성'이라는 사실이, 결코 그들의 안전을 보장해주지 못함을 독생자의 절규가 뼈아프게 증거하고 있습니다. 롬8:32은 이렇게 말씀합니다. "자기 아들을 아끼지 아니하시고 우리 모든 사람을 위하여 내주신 이가 어찌 그 아들과 함께 모든 것을 우리에게 주시지 아니하겠느냐?“
8. 그러나 가상 4언은 이 말씀을 역으로도 적용할 수 있음을 가르쳐 줍니다. "자기 아들을 아끼지 아니하시고 과감히 버리신 이가, 어찌 택한 백성이라고 해서 절대 버리지 않는다고 보장할 수 있겠느냐?" 택한 백성을 버리기보다, 독생자를 버리는 일이 하나님께 더 고통스러운 일이셨을 것입니다. 하나님께로부터 버림받는 일이 얼마나 고통스러운 일인지 예수님께서는 알고 계셨고, 지금 실감하고 있습니다.
9. 그런데 버림받는 독생자보다 더 고통스러운 분이 계십니다. 그 현장을 차마 볼 수 없어서 외면하고 계신 아버지 하나님이십니다. 피조물들이 캄캄한 어둠을 드리움으로써 (45절), 아버지 하나님의 마음을 대변하여 주었습니다. 자신의 고통과 그보다 더한 아버지의 고통을, 견디고 견디다가 예수님께서 외침을 터뜨리셨습니다. "엘리 엘리 라마 사박다니!" “그렇게 아파하실 것을, 그렇게 힘들어하실 것을 왜 하신 것입니까? 기어코, 끝까지 하시려는 것입니까?
10. 하나님은 그 고통과 아픔 가운데서도 끝까지 밀고 나가셨고, 십자가 위의 아들도 아버지의 그 사랑의 의지에 순종하여 끝까지 십자가를 지고 가셨습니다. 마침내 성소 휘장이 위로부터 아래로 찢어지고 천지가 진동하며 죄의 권세, 사망의 권세가 깨어지는 증표가 나타났습니다 (51-53절). 하나님께서 독생자를 버리시면서까지 이루기 원하셨던; 죄로부터의 구속, 새창조의 역사가 이루어졌습니다. 나와 당신을 위해서 말입니다. 이것이 십자가 사건이고 예수님의 죽음입니다.